요즘 일본에서는 한번 가보면 또 가고 싶고(이키타이),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고 싶은(하나시타이) 곳이라는 일명 ‘이키하나 숍’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키하나 숍 시리즈, 그 네번째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주목 받고 있는 ‘츠타야 서점’을 소개한다.
도큐 도요코선을 타고 다이칸야마 역에 내려서 구 야마테 도오리를 따라 5분 걸어가면 츠타야 서점 건물이 보인다. DAIKANYAMA T-SITE 내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문화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전경>
DAIKANYAMA T-SITE는 츠타야(TSUTAYA)와 T카드에서 운영하는 ‘Culture Convenience Club’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설립하려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츠타야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임대 입주자들을 한데 모아 ‘어른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다. RIA와 공동으로 설계한 이 곳은 기존 츠타야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세련된 이미지로 차별화하려고 시도하였다. 건물 외벽은 츠타야의 첫 이니셜인 ‘T’가 무한 반복되는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츠타야의 외관>
3개 동으로 나눠져 있는 이 곳은 약 15만 권의 서적과 잡지, 약 3만 장의 CD, 약 8만 개의 영화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와 여행 준비를 도와주는 트래벌 카운터(T-TRAVEL), 문구 코너 등의 부대 시설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층별 안내>
츠타야 서점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인 컨시어지들이 있다는 점인데, 그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 방문객들이 이 곳에서 접하는 책, 음악, 영화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컨시어지란, 본래 호텔에서의 불편 상황 등을 개선해 주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요즘에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불편사항을 해결해주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로 확대되어 다양한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츠타야에서는 요리, 문학, 예술, 음악 등 각 분야 내에서 세분화된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있어 이 곳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묘 풍성한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컨시어지들은 츠타야의 타겟 연령으로 설정된 50대 이상의 어른들의 취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폭넓은 수용력을 갖고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서점인만큼 1층의 모든 동에 책장으로 가득차 있다. 세개의 동 중앙을 가로지르는 일명 ‘매거진 스트리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곳의 길이는 55m나 된다. 각 관의 테마에 맞춰 잡지들을 질서정연하게 갖추고 있으며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과월호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 곳의 내부 인테리어는 분위기 있는 은은한 조명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연출해 편안하고 여유롭게 여러 책을 감상할 수 있는 북까페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키노쿠니야(www.kinokuniya.co.jp)를 비롯해 일본 대형 서점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과 흡사한데 이 곳은 다른 대형 서점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천천히 책을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다.
1호관에는 인문, 문학을 테마로 한 서적이 놓여있다.
한 켠에 아이들 그림책도 보이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작가들의 책들도 두루 갖추었다.
2호관의 테마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자동차, 사진, 미술, 패션이다.
매거진 스트리트를 따라가면 해외 패션 잡지가 있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잡지들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이 곳만의 장점이다.
또한 여러 명품 브랜드북이나 광고사진책도 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있는 3호관은 요리와 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다.
‘읽는 재미’와 더불어 ‘쓰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필기구를 갖춘 문구 코너도 보인다.
문구 코너에서는 모든 남성들에게 특별한 존재감을 갖는 소장품인 만년필을 다양한 종류로 갖추고 있다. 마치 전시품처럼 단정하게 가지런히 진열된 만년핀들은 이 서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로 밤에 보면 더 아름답다고 종업원이 전했다.
기능적인 제품, 고급스러운 제품, 유리, 깃털, 볏짚 등으로 된 특이한 제품 등 다양한 만년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만년필에 이니셜이나 원하는 메세지를 새겨는 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체 제작된 메모패드는 아래 사진 우측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츠타야 서점의 건물 외부와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문구 코너 옆에는 여러 종류의 여행책과 잡지책들이 있는데 다른 서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책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여행 코너에는 책 뿐만 아니라 ‘T-TRAVEL’라는 트래블 카운터도 있는데 여행 티켓, 숙박권 등을 예약, 구매할 수 있으며 상담을 통해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도와주고 있다. 평소 꿈꾸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딱 맞는 여행 일정을 짜준다니 정말이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트래블 카운터에는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여행 담당 전문 컨시어지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영화 ‘로마의 휴일’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예전부터 동경해왔던 외국의 어느 작은 골목을 가고 싶다는 등의 다소 엉뚱하고 막연한 요청을 하더라도 그에 맞는 여행지를 소개해 준다. 게다가 상담비는 무료라고 하니 상담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여행 정보를 마음껏 얻을 수 있다.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며 다양한 종류의 문화생활 역시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곳의 숨겨진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싶다. 무료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주 방문하고 쉽게 이용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인지도와 만족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되는 것이다.
친절한 무료 서비스 속에 간접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이 전략은 마치 일본인 특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되 은근히 내포하는 성향을 반영하는 듯하다.
2호관으로 가보면 ‘앙진(Anjin)’이라는 세련된 라운지과도 같은 공간이 있다. 앙진이라는 이름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일했던 무역상, 윌리엄 아담스 고토 미우라 앙진(三浦 按針,みうら あんじん)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의 이름처럼 이 공간도 서양과 동양이 미묘하게 결합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곳에 있는 책의 양은 무려 3만 권이 넘고 거기에는 domus, VOGUE, ELLE 등 해외잡지도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커피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이 곳의 책은 물론, 1층의 책들을 가져와서 읽을 수도 있다.
아트 코너에는 시노야마 키신(篠山紀信)의 THE SIXTIES by KISHIN 발행을 기념하는 오리지널 프린트를 전시하고 있다. 시노야마 키신은 1940년 도쿄 출생의 사진작가인데 이 곳에서 그의 책은 물론 빈티지 북도 판매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8.7×2.2m의 벽면 그림은 고자키 마사타케(鴻崎正武.こうざき まさたけ)의 작품이다. 이 넓고 개방적인 공간에는 대형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어 이벤트 시에 활용되는데 총 120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한켠에 바(BAR)도 마련되어 있어 여러 종류의 술과 식사도 주문할 수 있다.
다음 사진은 2층의 앙진과 옆 동을 연결하는 복도이다.
다음은 1호관 2층에 있는 음악 플로어이다. 재즈, 클래식, 또 1960년대부터 1980년의 록 음악이 집중적으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다른 레코드 샵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까지 폭넓게 섭렵하고 있다.
기타 애호가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유명 아티스트가 사용했던 기타도 전시하고 있는데 기간에 따라 전시내용은 꾸준히 바뀐다.
수집가들도 구하기 힘든 귀중한 레코드판들과 다양한 서적도 접할 수 있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즐겨 찾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이 층에서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40석의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장르별로 작은 방이 마련되어 있어 밀실 같은 그 공간에서 음악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다.
한 켠에는 셀프 계산대가 마련되어 있어 줄 설 필요 없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비율을 차지하는 재즈, 클래식 코너로 가보면 그 곳에서도 역시 각 장르의 전문 컨시어지를 발견할 수 있다.
클래식 코너에는 나소스(NAXOS MUSIC LIBRARY)가 구비되어 있는데 나소스는 세계 최대의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클래식 레이블로서 400레이블, 5만 장의 클래식CD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곳이 자체 보유한 1만 장의 앨범과 합치면 약 6만 장 이상으로 컨시어지의 설명에 의하면 이 콘텐츠 보유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재즈 코너는 약 1만 장 정도의 앨범이 있는데 대부분이 매우 희소성 있는 앨범들이다.
다음은 1관 2층에 위치한 영화 플로어로 이 곳 역시, 없는 영화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영화 외에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해외드라마와 여러 애니메이션도 있다. DVD로 영화를 대여할 수도 있으며, DVD가 아닌 비디오테이프 형식의 영화를 DVD 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츠타야 서점 건물을 나와 DAIKANYAMA T-SITE GARDEN에 가보면 앤틱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다이닝의 (IVY PLACE)’가 보인다. 또한 다이칸야마 키타무라 사진기점도 있는데 이 곳은 여러 종류의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기존의 ‘TSUTAYA’라는 영문 표기법이 아닌 한문 표기법을 사용했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기존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표기법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츠타야 1호점은 1983년, 오사카의 히라카타에서 시작되었는데 츠타야 히라카타시 역에서 따온 한자 표기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그 후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잡으면서 영문표기로 바꾸었다. 28년이 지난 지금, 창업 당시에 젊은이였지만 지금은 어른이 된 츠타야 세대들을 위한 공간이란 의미에서 이름을 다시 한문표기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연령대가 그 세대들이 즐기던 문화를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게 이 곳의 취지이다. 단순한 상품 판매를 위한 숍의 개념을 넘어서,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감성을 발견할 수 있는 츠타야 서점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아날로그 문화를 그리워하는 세대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 문화에 신선함을 느끼는 앞으로의 세대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매장 정보
– 주소 : 도쿄도 시부야 구 사루가쿠 초 17-5 (150-0033)
– 영업시간 : 09:00~심야02:00(대여) / 07:00~심야 02:00(판매), 연중무휴
– 관람료 : 무료
– Tel : 03-3770-2525
– 홈페이지 : http://tsite.jp/daikanyama/store-service/tsutay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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